반면에 출연자들은 자신의 신체가 이처럼 물화되는 과정을 견뎌내야만 한다. 이 토크쇼의 정동적 묘미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를 감탄하며 바라보고 때로는 살며시 만지기도 하는 쌍게이와 동일시하며 그들의 외모를 마음껏 감상하고 즐긴다. 또한 쌍게이의 과장된 제스처에 출연자들이 민망해하거나 어색해하며 실소를 터트리는 반응을 보며 친근감을 느끼기도 한다.
쌍게이는 출연자들의 성 정체성에 관심이 없거나 혹은 그들을 그저 이성애자로 간주한다. 다만 장난스럽게 그들의 '게이 되기'를 상상하고 장려한다. 김똘똘이 소개하는 '똘똘한 프로필' 코너에서는 출연자의 프로필에 게이로서의 욕망이 투영된 거짓 정보를 덧붙인다. 일례로 엑소의 수호 편에서는 엑소의 인기곡을 '콜 미 베이비(Call me Baby)'라고 소개한 뒤, 김똘똘과 함께 찍고 싶은 영화로 '콜 미 게이 유어 네임(Call me gay Your Name)'을 들며 퀴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의 제목을 엉뚱하게 패러디한다. 똘똘한 프로필을 통해 출연자들은 본의 아니게 김똘똘을 흠모하는 남자가 된다. 이런 식으로 출연자들을 게이로 가정하며 그들과의 로맨스를 꿈꾼다.
뒤이어 '보석짤' 코너에서는 출연자들이 짤막한 콩트를 통해 쌍게이와 커플이 되거나 소개팅하며 게이 연기를 한다. 이런 코너들은 출연자들에게 일시적인 게이 되기 경험을 선사한다. 여기서 게이 되기는 출연자들의 섹슈얼리티나 성 정체성에 대한 자각과 고민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신 성소수자에 대한 정동적 수용을 돕기 위한 역지사지의 체험일 뿐이다. 이는 과거 미국에서 유명인의 커밍아웃 독려나 아우팅 시도가 정체성 정치의 전략으로 활용됐던 것과 분명히 다르다.
여기서 쌍게이는 예전 홍석천이 방송에서 그랬듯 눈물을 흘리며 사회적 인정을 간청하지도,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해달라고 단호하게 호소하지도 않는다. 다시 말해 이 유튜브 토크쇼는 명시적으로 성소수자 가시성의 확대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다만 게이화된 공간에 초대된 출연자들에게 쌍게이와 마주 앉아 성소수자와 일상적으로 소통하는 체험을 제공한다. 그들과 친밀하게 교류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기회다. 이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그들을 정동적 층위에서 평범한 이웃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홍석천의 보석함>에는 앞서 언급한 '엑소'의 '수호'처럼 세계적인 팬덤을 자랑하며 한류를 이끄는 케이팝 남자 아이돌도 출연한다. 이런 경우에는 500만이 넘는 압도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만 개에 이르는 국내외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댓글에는 아이돌의 빼어난 외모를 칭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간혹 아이돌이 쌍게이와 함께하는 태도를 언급하기도 한다.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멤버 '필릭스' 편에서 김똘똘은 스트레이 키즈의 히트곡 <매니악(Maniac)>을 특유의 비음 섞인 목소리와 흐느적거리는 동작으로 게이화된 웰컴 댄스를 선보인다.
필릭스에게 소감을 묻자 <매니악>의 '게이 버전'은 처음이라며 신기해한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필릭스가 '게이 버전'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에게 전부다(Felix saying 'gay version' is everything to me)"라는 영어 댓글이 달렸고 이는 높은 추천을 받았다. 필릭스가 게이 앞에서 '게이 버전'이라는 표현을 거부감 없이 일상적인 용어처럼 편안하게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댓글에서는 "그는 지금까지의 출연진 중 가장 덜 어색해하고 편안해 보인다(He was by far the least awkward person on one of these. He actually seemed comfortable)"라고 평가했다. 쌍게이 앞에서 긴장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편견 없이 자연스럽게 대하는 필릭스의 태도는 결과적으로 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