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이 단순 콘텐츠 수출을 넘어 정교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며, 성공 방정식을 써내려가고 있다. 세계 최대 만화 강국 일본에서는 기존 산업과의 긴장과 상호작용 속에서 현지 창작자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지닌 동남아시아에서는 디지털 만화 시장의 판도를 새로 짜고 현지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베트남과 같은 제작 협력 기지를 탄생시키는 등 지역별로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눈부신 성과 이면에는 일부 플랫폼의 동남아 시장 철수, 고질적인 불법 유통 문제, 거대 플랫폼 중심의 수직계열화와 AI 큐레이션으로 인한 창작 다양성 위협 그리고 국내 웹툰 생태계 위축 가능성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 글에서는 다층적인 K-웹툰 현지화 전략의 현실을 일본과 동남아 시장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진정한 ‘상생’의 가치 위에서 지속 가능한 글로벌 웹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과제와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아시아 웹툰 시장, 다른 출발선 다른 풍경 K-웹툰은 아시아 권역에서 단순한 콘텐츠 수출을 넘어, 현지 문화와 창작 생태계에 깊숙이 관여하며 ‘K 없는 K-콘텐츠’라는 흥미로운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K-웹툰의 정체성, 생태계의 균형,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세로 스크롤 웹툰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만화형식과, ‘기다리면 무료’라는 콘텐츠 비즈니스 전략모델을 앞세운 K-웹툰 플랫폼의 글로벌 영토 확장은 지속되고 있으나, 지역별로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인다. 기존의 강력한 만화산업 구조 속에서 웹툰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는 일본에서의 현지화 방식과, 상대적으로 척박한 땅 위에 웹툰이라는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가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의 방식은 현지화 전략의 다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동남아 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과 수익화의 어려움, 그리고 고질적인 불법 콘텐츠 유통 문제라는 도전 과제가 상존하며, 모든 진출 기업이 성공 신화를 쓰는 것은 아니다. 일부 플랫폼 사업자가 현지 시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철수를 결정하는 사례는 동남아 시장이 단순한 기회의 땅을 넘어선 치열한 격전지임을 시사한다. 이에 세계 최대 만화 강국 일본과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지닌 동남아 시장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K-웹툰 현지화 전략의 다층적인 현실과 해결 과제를 심도 있게 조망하고자 한다.
웹툰이라는 새 물결을 맞이한 만화왕국, 일본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은 수십 년간 축적된 출판만화의 아성과 성숙한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강력한 자국 만화산업과 시장을 가진 일본에서 K-웹툰 플랫폼은 생소한 ‘도전자’의 입장이었다. 네이버의 라인망가와 카카오의 픽코마는 기존 일본 출판만화의 디지털 유통과 한국 인기 웹툰 공급을 병행하며, 웹툰을 ‘만화의 새로운 포맷’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들은 기존 만화 독자들을 점진적으로 웹툰으로 전환시키며, 디지털 콘텐츠 소비 증가라는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게 만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 비즈니스센터가 조사한 만화산업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 한국 웹툰은 전체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비중이 낮았고, 무료 공개 후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은 일본 업계에 낯설게 받아들여졌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일본 독자들은 자국 만화의 다양성으로 인해 외국 만화 선호도가 낮은 편이고, 페이지뷰 방식의 디지털 만화에 익숙하다보니 웹툰의 세로 스크롤 방식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지적과 함께 한국 웹툰이 일본 만화의 주류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중견 작가인 히가시무라 아키코(東村アキコ)가 한국 웹툰 플랫폼에 진출해 <위장불륜(僞裝不倫)>을 한일 양국에 동시 연재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로 스크롤과 풀컬러 웹툰에 대한 일본 독자들의 초기 이질감은 점차 철저한 현지화 번역과 한국 특유의 강렬한 서사(로맨스, 현대 판타지 등)로 극복되며 수용층을 넓혔고, 이 과정에서 플랫폼의 주된 역할은 ‘콘텐츠 유통 채널’ 및 ‘디지털 전환 촉진자’에 가까웠다.
오리지널 웹툰 창작자 유입은 동남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중하고 더딘 편이었으나, 만화왕국 일본의 창작자들 사이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웹툰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변화가 감지된다. 2023년 5월 일본 MMD연구소의 '웹툰 제작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만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창작자 1,320명 중 46.8%가 이 기간 웹툰(세로 읽기 만화)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페이지형 가로 읽기 만화를 만든 창작자 중 58.9%가 향후 웹툰을 만들 의향이 있다고 밝힌 대목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원고 형식의 전환을 넘어, 기존의 연출 방식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식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일본 만화가들이 웹툰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배경에는 일본 내 웹툰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신인 작가들이 유명 출판사의 깐깐한 심사와 단편 게재를 위한 조율을 거치지 않고도 라인망가의 ‘인디즈’, 픽시브 코믹, 코미코 등 아마추어 플랫폼이나 SNS를 통해 직접 독자를 만나고 팬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라인망가의 ‘인디즈’를 통해 데뷔한 <선배는 남자아이(先輩はおとこのこ)>와 같은 작품은 큰 인기를 얻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등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네이버웹툰 측 역시 ‘일본 창작자 생태계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플랫폼들도 현지 창작자 발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추세다. 이는 일본 시장에서도 점차 자체적인 웹툰 창작 기반이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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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남자아이> 표지 이미지(좌)와 후지TV 내 드라마 소개 페이지(우) (출처: 네이버/후지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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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위에 그린 웹툰이라는 신세계,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은 웹툰 플랫폼 기업에게 ‘기회의 땅’이자 ‘척박한 간척지’와 같았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1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지리적 특성상 전통적인 출판만화 유통망 구축이 어려워 만화 시장 자체가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유통 비용이 판매비용의 40~5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보니, 자카르타 등 도시 중심부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만화책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러한 물리적 한계가 역설적으로 디지털 콘텐츠인 웹툰에게는 거대한 기회가 됐다.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함께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웹툰을 ‘주류 만화’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K-웹툰 플랫폼은 이곳에서 ‘시장 개척자’이자 ‘생태계 조성자’ 역할을 수행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는 라인웹툰(2015~)을 필두로 카카오웹툰(2018~)이 진출하며 디지털 만화 시장을 빠르게 형성해 나갔다. 이들 플랫폼은 동남아시아에서 단순 유통을 넘어 현지 창작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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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공개 이후 영화로 제작되는 한편, 태국 시장 진출에도 성공한
인도네시아 오리지널 웹툰 <파스트리 가제> (출처: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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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일찍부터 일본의 전진 산업기지로 일본의 대중문화 즉 ‘J-컬처’의 강력한 영향권 아래 있었다. 1980년대 이미 방콕의 어린이 대부분이 자국 만화보다 일본 만화를 선호했으며, 1990년대 초반까지 유통되는 만화 다수가 질 낮은 불법 복제품일 정도였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일본 만화가 시차를 두지 않고 유입되자 자국의 만화 생태계가 자립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웹툰이 진출해 초기부터 ‘캔버스’와 같은 오픈 플랫폼을 운영하며, 현지 신인 웹툰 작가들에게 전례 없는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본 시장에서 K-플랫폼이 주로 검증된 IP 유통에 집중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 결과, <틴맘>(2억 5천만 뷰, 드라마 시즌2 제작, 해외 수출), <썸머 나이트>(태국 GMMTV 드라마화), <비정한 완텅>(태국 전통 설화 재해석, 5천 3백만 뷰) 등 현지 오리지널 IP가 탄생하고, 심지어 카카오웹툰의 첫 태국 작가 발굴 프로젝트이자 '한-태' 합작으로 개발된 <러브 데스티니>(드라마 원작 웹툰화)처럼 현지 인기 IP를 활용한 협업 사례도 등장했다. 이러한 작품들이 다른 국가로 수출되며 멀티 크로스보더 형태의 ‘K 없는 K-콘텐츠’ 제작 선순환 구조가 비교적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
특히 태국에서는 로맨스 장르와 더불어 BL(Boy's Love), GL(Girl's Love) 장르 시장이 매우 크며, 정부의 적극적인 진흥 정책과 맞물려 'Y Economy(LGBT+인구의 구매력에 기반한 수익 창출 활동)'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현지 작가들에게 새로운 성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K-웹툰 플랫폼 기업들은 창작자를 위한 트레이닝 캠프와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현지 작가 발굴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동남아에서는 웹툰이 새로운 만화 독자층을 창출하고, 현지 창작 생태계와 ‘동반 성장’하는 모델을 구축해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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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 제작된 태국 오리지널 웹툰 <썸머 나이트> (출처: 네이버웹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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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국가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동호(Đông Hồ) 민화'나 '싸쌔(Xã Xệ)'와 '리토엣(Lý Toét)' 같은 풍자 만화 등 독자적인 그림 이야기 전통을 가지고 있다. 1992년 김동 출판사가 <도라에몽>을 출간하며 시장은 극적인 전환을 맞이했다. <도라에몽>은 즉각적인 성공(초판 4만 부 판매)을 거두며 이후 일본 만화 열풍을 이끌었고, 기존의 교훈적이고 도덕적인 내용의 자국 만화를 압도했다. 이후 베트남 만화는 전체 시장의 10%에 불과할 정도로 위축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베트남은 ‘K-웹툰 제작의 해외 생산기지’라는 독특한 위상을 점하고 있다. 이는 많은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K-웹툰 산업의 이면이다. ‘홍툰스튜디오’, ‘레블코퍼레이션’ 등 한국인이 설립한 웹툰 제작사들은 베트남 현지 인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교육하여 한국향 웹툰 제작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스튜디오는 스토리 기획부터 작화, 후반 작업까지 전 공정을 소화하며 한국의 높은 품질 기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홍덕화 대표(홍툰스튜디오)는 직접 문하생을 가르쳤던 작가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최성락 대표(레블코퍼레이션) 역시 현지 대학과의 연계 및 자체 교육 시스템을 통해 웹툰 전문가를 키워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제작 노하우가 베트남에 이식되고 있지만,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로컬라이징의 어려움, 현지 교육기관 설립의 법적 제약, 불안정한 수익 구조 등 ‘성장통’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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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유료 웹툰 시장은 아직 미미한데, 불법 사이트가 웹툰 소비의 주된 통로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베트남 젊은 층의 웹툰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이해도를 방증하며, 향후 정식 시장이 열렸을 때의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시사한다. 웹툰스튜디오인 ‘몽타미디어’의 경우, 국내 AI 기술기업에 인수합병되어 AI기술을 웹툰 제작 공정에 도입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이 K-웹툰의 주요 ‘소비 시장’이고, 태국이 ‘현지 오리지널 IP 창작의 성공 사례’를 보여준다면, 베트남은 단순 소비 시장을 넘어 K-웹툰의 글로벌 분업화와 기술 혁신이 교차하는 실험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성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시장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인도네시아와 대만 시장에서의 철수를 결정하고, NHN 역시 2022년 베트남, 2023년 태국에서 웹툰 플랫폼 코미코 법인을 매각하며 사실상 동남아 사업을 철수했다. 이들 기업은 북미나 일본 등 핵심 시장 집중, 그리고 동남아 시장의 고질적인 불법 유통 문제와 낮은 이용자 구매 비중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철수 이유로 꼽았다. 이는 동남아 시장이 높은 성장 잠재력과 함께 치열한 경쟁, 수익화의 어려움, 그리고 불법 복제라는 심각한 도전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네이버웹툰이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에서 굳건한 1위 자리를 지키며 K-웹툰 플랫폼의 입지를 다지고는 있지만, 다른 국내 플랫폼들의 철수는 향후 동남아 시장 재진입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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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웹툰 작가를 대상으로 트레이닝 캠프를 진행하는 모습 (출처: 네이버웹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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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 전략의 그림자와 국내 시장의 위기 글로벌 확장의 이면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대기업 플랫폼 중심의 수직계열화는 창작자들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권리 귀속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내 웹툰 시장의 위축 가능성이다. 플랫폼들이 수익성이 높은 해외 시장과 글로벌향 IP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나 신인 작가 발굴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현지 콘텐츠 강화 및 육성 전략이 확대될수록, 한정된 플랫폼의 자원과 관심이 상대적으로 국내 오리지널 IP 발굴 및 투자, 신인 작가 지원 등에서는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로 웹툰엔터테인먼트의 2024년 연례 보고에 따르면,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WEBTOON Entertainment, 2025). 한국 시장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약 2,440만 명으로 전년 2,490만 명에서 소폭 감소했으며, 월간 결제 이용자 수는 약 370만 명(결제 비율 15.4%)으로 전년 410만 명(결제 비율 16.3%)에서 감소했다. 한국 시장 매출 역시 5억 1,753만 달러로 전년의 5억 6,636만 달러에 비해 줄어들었다. 반면, 일본 시장의 MAU는 약 2,190만 명으로 전년의 2,120만 명에서 증가했으며, 이는 주로 라인망가의 성장과 현지 일본 작품 출시 덕분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월간 유료 이용자 수(MPU) 또한 약 220만 명(결제 비율 10.2%)으로 전년의 200만 명(결제 비율 9.2%)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일본 시장 매출은 6억 4,824만 달러로 전년의 5억 5,734만 달러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결제 이용자 1인당 평균 결제액(ARPPU)에서 나타나는 현격한 차이다. 2024년 기준 일본 시장의 ARPPU는 22.1달러로, 한국 시장의 ARPPU인 7.8달러에 비해 약 2.8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비록 양국 모두 전년 대비 ARPPU가 소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장의 압도적으로 높은 이용자당 결제액은 플랫폼 기업에게 더욱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일본 시장의 뚜렷한 성장세는 K-웹툰 플랫폼 기업들이 일본 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여 마케팅 자원을 집중하고 현지 작품 출시를 확대하는 등 시장 확대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친 결과로 볼 수 있다.
지속가능한 웹툰 생태계를 위한 제언 K-웹툰이 진정한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섬세한 현지화 전략과 함께 ‘상생’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첫째, ‘시장 맞춤형 현지화’와 ‘글로벌 공동 창작’으로의 진화가 필수적이다. 일본 시장에서는 기존 산업과의 공존 및 점진적 혁신을, 동남아 시장에서는 새로운 생태계 구축과 현지 창작자와의 파트너십 강화를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베트남과 같은 제작 협력 국가에 대해서는 단순 외주 기지를 넘어, 현지 창작자들의 주체적 성장과 자체 IP 개발을 지원하는 장기적인 안목의 ‘공동 창작’ 파트너십으로 발전해야 한다.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현지 창작자와 초기 단계부터 협력하여 캐릭터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웹툰을 제작하는 ‘트루라이트(Ttrulite)’와 같은 사례는, IP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깊이 있는 국제 협업 모델로서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둘째, 국내외 창작 생태계의 균형 있는 발전과 문화다양성 증진을 위하여 ‘상생의 생태계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성공의 과실이 특정 지역이나 플랫폼에 집중되지 않고, 국내를 포함한 다양한 지역의 창작자들에게 공정하게 분배되며, 신인 발굴과 여러 장르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 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플랫폼의 AI 큐레이션 시스템 운영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플랫폼 기업들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콘텐츠 추천 개인화를 강화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추천은 콘텐츠 소비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자칫 사용자 취향을 기반으로 익숙한 패턴으로 편중시키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작품이나 실험적 시도들의 작품은 주변화 될 우려가 있다. 나아가 이는 ‘감각의 평균화’와 ‘미학적 중앙집중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AI가 단순한 취향 분석 도구를 넘어 취향을 형성하는 ‘감각 정치의 장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기술적 효율성을 넘어 생태계 전체의 문화적 건강성에 기여하도록 설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문화다양성 함양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기술적 큐레이션 방안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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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성 큐레이션 도입
사용자의 기존 선호도 데이터(벡터 거리)와 무관한 다양한 작품을 의도적으로 혼합 추천해 예측 불가능한 발견의 즐거움을 제공
- 낯선 작품 푸시 쿼터제
국내외의 실험적이거나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 특히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의 웹툰을 일정 비율 이상 고정적으로 노출시켜 독자들의 문화적 시야 확장
- 다양성 탐색 기능 강화
사용자가 현재 소비한 작품과 전혀 다른 감각이나 국가 권역의 작품을 쉽게 탐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주체적인 취향 확장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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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웹툰 플랫폼은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 단순한 시장 지배자가 아닌, 다양한 창작자와 문화가 공존하는 '개방적이고 건강한 생태계'를 지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술적 노력은 AI 큐레이션이 감각 통제의 도구가 아닌, 다양한 문화와 창작물이 공존하고 발견될 수 있는 진정한 ‘연결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만들어, 창작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이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셋째,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IP 가치 극대화와 독자층 확대를 위한 유통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웹툰의 독자층이 25세 미만 젊은 세대에 집중된 경향(전체 이용자의 72%)을 고려할 때(WEBTOON Entertainment, 2024), 더 넓은 독자층 확보를 위해서는 웹툰 IP를 활용한 다양한 매체로의 확장이 중요한 모색점이 될 수 있다. 최근 인쇄물 만화가 중심인 미국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태원 클라쓰>, <사내 맞선> 등 인기 웹툰 IP를 단행본으로 출간해 현지 일반 만화책 판매량의 5배에 달하는 성공을 거둔 것은 좋은 사례다. 디지털 소비가 주류인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자체의 매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디지털 기반의 혁신적인 수익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 동남아시아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웹툰 소비가 이루어지는 만큼 가격 민감도가 높지만, 이러한 디지털 중심성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현지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한 독점 디지털 콘텐츠 강화, 소액결제 기반의 팬덤형 수익모델 실험 등 디지털 영역 내에서의 창의적인 역발상 전략으로 웹툰 IP의 생명력을 확장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웹툰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인 불법 콘텐츠 유통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이고 강력한 대응 역시 ‘상생’의 필수 조건이다. 웹툰 플랫폼사는 디지털 불법 복제가 사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인지하고, 자체 기술개발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기업의 기술 개발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국제 공조 강화, 현지 저작권 보호 법제 마련 지원, 합법적 콘텐츠 이용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이 병행되어야 모든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고 안심하고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K-웹툰 플랫폼은 특정 국가의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문화와 창작자들이 서로 연결되고 영감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상생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사례에서 보듯, K-웹툰의 미래는 각 지역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 상호호혜적인 관계 구축에 달려있다. 이러한 노력이 병행될 때, K-웹툰은 문화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글로벌 콘텐츠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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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 02 3150 4818/4820
FAX. 02 3150 4872
E-Mail. research@kofice.or.kr
발행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기획·편집 김아영, 백현지
디자인 7의감각
발행일 2025년 5월 30일
E-ISSN 2714-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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