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시장은 요즘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건으로 조심스럽다. 2016년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글로벌 사업자 넷플릭스만이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의 국내 OTT 시장을 가장 잘 보여준다.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 국내 OTT 사업자들은 각자가 가진 자원을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사업자별 글로벌 진출 현황을 살펴보고 현재 국내 OTT 플랫폼이 직면한 문제와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 OTT 서비스 시장의 성장과 경쟁 환경 국내에서 OTT 서비스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개시하면서부터다. 당시만해도 지상파 3사가 연합하여 서비스한 '푹(POOQ)'과 SK텔레콤의 '옥수수'와 같은 국내 OTT 서비스가 있기는 했지만, 주로 실시간 방송콘텐츠나 극장 영화의 ‘후속창구’ 역할에 충실했다. 주요 수익모델도 건별 주문형 비디오(TVOD) 방식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와 구독 서비스(SVOD)를 통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면서 국내 OTT 서비스 시장의 경쟁이 가속화됐다. 2019년 지상파 3사와 SKT가 연합하여 ‘콘텐츠웨이브’를 만들었고, 같은 해 KT는 ‘시즌(Seezn)’이라는 자체 OTT 서비스를 시작했다. ‘왓챠’가 처음으로 HBO의 미국 드라마 시리즈 <체르노빌>을 독점 공개한 시점도 2019년이다. 이후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고 영상 소비 방식이 온라인과 OTT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OTT 서비스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가운데 넷플릭스는 가장 많은 구독자를 불러 모으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갔다.
이 같은 현상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늘날 국내 OTT 시장은 글로벌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독주가 계속되는 중이다. 그 뒤를 잇는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준비 중이지만, 한계가 분명한 내수 시장에서 단순히 OTT 플랫폼을 일원화 한다고 해서 수익성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가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의 경쟁력을 좌우할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들이 현재 글로벌 진출을 위해 어떠한 자원을 가졌으며, 어떤 방식으로 글로벌에 진출하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국내 OTT 사업자의 해외 진출 인프라 현황 먼저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어떠한 자원을 보유했는지 기업 관계사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티빙은 직접 보유한 인프라는 없으나, 대신 모기업 CJ ENM과 주주가 보유한 해외법인이 있다. CJ ENM은 2022년 미국 제작사 ‘엔데버 콘텐트(Endeavor Content)’를 인수해 ‘피프스시즌(FIFTH SEASON)’을 설립했다. CJ ENM의 제3대 주주인 SLL중앙은 2021년에 미국 제작사 ‘윕(Wiip)’을 인수했으며, 2022년 일본에 ‘SLL Japan Inc.’을 설립했다. 피프스시즌과 윕은 글로벌향 콘텐츠 제작을 목적으로 하며,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제작과 유통에 나서고 있다. SLL Japan은 국내 스튜디오와 일본 방송사 및 제작사와 협력 모델을 지원한다. SLL Japan은 일본 TBS 그룹의 콘텐츠 제작사 ‘더 세븐(THE SEVEN)’과 글로벌 드라마 공동 제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SLL 산하 레이블 필름몬스터는 더 세븐과 함께 한일 합작 글로벌 드라마 제작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개발에 착수하는 등 제작 차원의 협력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최인철, 2024, 5, 21).
콘텐츠웨이브는 2022년 코코와(KOCOWA)의 운영사인 웨이브아메리카스(구 코리아콘텐츠플랫폼, KCP)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웨이브아메리카스의 지배기업인 콘텐츠웨이브의 소유지분율은 40%로 과반수 미만이나, 주주간 계약에 의해 콘텐츠웨이브가 의사결정기구에 과반수 이상의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등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다. 코코와는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와 지배기업인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해외에 거주하는 K-콘텐츠 소비자를 타깃으로 제공하고 있다.
왓챠 역시 현지에 별도 법인을 두어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2020년 일본에 ‘왓챠’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싱가포르에도 ‘Watcha Asia Pte. Ltd.’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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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별 해외 진출 전략의 차이 국내 OTT 사업자의 해외시장 진출 전략은 자사가 보유한 인프라 자원에 따라 차이가 있다. 먼저 티빙은 모회사 CJ ENM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진행하고 있다. 티빙의 글로벌 전략은 크게 플랫폼 진출, 글로벌 OTT 사업자와의 제휴, 그리고 콘텐츠 판매 전략으로 구분된다. 먼저 자사 해외 플랫폼을 보유하지 않은 티빙은 현지 OTT 및 FAST 플랫폼 등과 협업해 브랜드관 형태로 진출하고 있다. 플루토 TV, 삼성 TV 플러스, 피콕, 로쿠 등 북미 주요 5개 FAST 플랫폼에서 CJ ENM 브랜드관을 오픈했으며, 이외 애플TV+ 브랜드관에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광고 기반의 무료 실시간 채널 제공 서비스인 FAST 채널은 유료 방송서비스 시장의 비중이 높은 편인 미주와 유럽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이와 같은 플랫폼 탑재 방식이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에게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두 번째로 글로벌 사업자와의 제휴 전략을 살펴보면, 티빙은 파라마운트와 제휴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동 투자·제작한 바 있다. 가령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인 <욘더>(2022), <몸값>(2023)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라틴 아메리카, 브라질,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 파라마운트+를 통해 첫 선을 보였으며, 이후에도 <운수 오진 날>(2023), <우씨황후>(2024) 등이 파라마운트+ TV 시리즈에 추가된 바 있다(Patrick Frater, 2023, 4, 19). 그러나 2024년 파라마운트와의 제휴가 종료됐으며, 이후 애플TV+와 제휴해 티빙 내 애플TV+ 브랜드관을 런칭했으나 애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국내 가입자를 유입하기 위한 것으로, 내수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전략과는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티빙은 오리지널 콘텐츠 판권 계약과 포맷 판매를 통해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1, 2가 '라쿠텐 비키(Rakuten Viki)' 등을 통해 유럽, 북미, 동남아시아 등 세계 160여 개 국가에 진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박종진, 2022, 12, 27). 2025년에는 일본 OTT 서비스 사업자인 ‘유넥스트(U-NEXT)’에 드라마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유통을 확대하고 있다(김형수, 2025, 3, 29). CJ ENM은 2025년 2월 진행된 컨퍼런스 콜을 통해 티빙의 연간 전략을 현지 파트너십에 기반해 일본, 동남아시아, 미국 시장 진출을 우선 추진하고 글로벌 유통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강소현, 2025, 2, 12). 라이브 스트리밍, 스포츠, 뉴스, 숏폼 콘텐츠 강화를 통해 2027년까지 1,500만 명까지 구독자를 유입하겠다는 계획인데, 티빙 구독자 성장 목표를 보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구독자의 유입을 기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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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J ENM IR 보고서(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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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콘텐츠웨이브와 왓챠는 해외 현지에서 자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콘텐츠웨이브는 이미 현지에서 운영 중인 OTT 플랫폼을 통해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25a). 미주 지역을 비롯해 유럽과 오세아니아 지역 등 74개국에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방영된 콘텐츠를 실시간 방송 후 8시간 이내 번역 자막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2024년부터는 K-콘텐츠의 원작 웹툰을 독점으로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를 추가했는데, 최근 웹툰이 국내 영상콘텐츠의 원천 IP로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한국 웹툰이 글로벌에서도 인기가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는 현재 유료 케이블 채널 외에도 OTT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이용 가능하다(아래의 표 참고).
왓챠는 2020년부터 일본에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티빙이나 웨이브가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핵심 목적으로 삼는 반면에, 왓챠는 영화 콘텐츠를 제공한다. 물론 왓챠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2023)처럼 국내 케이팝 아티스트와 협업해 제작한 콘텐츠를 독점 제공함으로써 현지 가입자를 유입하기도 하지만 역시 본연의 목적은 영화라는 점에서 티빙이나 웨이브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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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OTT 플랫폼 생존을 위한 전략 다각화의 필요성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 OTT 시장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글로벌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독주에 가깝다. 2024년 기준,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 중 넷플릭스의 매출액이 9,496억 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티빙과 콘텐츠웨이브는 각각 4,355억 원, 3,313억 원으로 두 플랫폼 매출의 합이 넷플릭스의 매출보다 적은 것이 현실이다. 영업이익을 보면 더욱 격차가 크다. 넷플릭스는 2019년 22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24년에는 206억 원으로 8배 이상 증가했지만, 국내 OTT 사업자는 최근 6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25b). 이처럼 국내 OTT 시장 자체가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국내 OTT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 간 체급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OTT 사업자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티빙은 2022년 KT 시즌과 합병 이후, 최근 다시 웨이브와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국내 사업자가 OTT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내수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가입자 경쟁력 확보에 있다. 티빙이 파라마운트+, 애플TV+와의 제휴를 통해 브랜드관을 서비스하는 것도 결국 국내 가입자 유치를 위해 글로벌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비 상승, 스튜디오 시스템화, 규모의 경제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복잡해지면서, 대규모 제작비를 지원하고 해외시장 유통을 담보하는 글로벌 사업자인 넷플릭스나 디즈니+에 콘텐츠 계약이 집중되다 보니 '글로벌 창구' 없이 내수 시장만 공략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국내 OTT 사업자의 콘텐츠 판권 계약과 플랫폼 진출 전략이 상충하는 문제도 있다. 가령 티빙은 해외시장에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판매 전략과 플랫폼 진출 전략을 병행하고 있는데, 콘텐츠를 선판매한 지역에는 플랫폼을 통한 진출이 어려울 수 있다(나선혜, 2025, 2, 12). 콘텐츠웨이브 역시 주요 주주인 지상파 3사의 개별 콘텐츠 수출 전략과 플랫폼이 충돌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OTT 플랫폼은 홍콩의 ‘뷰(Viu)’와 일본의 유넥스트가 있는데, 이들의 성장 동력은 다름 아닌 K-콘텐츠다. K-콘텐츠의 수요가 가장 높은 동남아시장을 위 사업자들이 선점했다는 점도 문제지만, 대부분의 콘텐츠가 이미 계약으로 묶여 있어 당장의 동남아시아 유통이 힘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따라서 K-콘텐츠 미개척 시장 발굴을 통해 유통망을 확대하는 등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FAST 서비스를 통한 글로벌 진출은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가 안정적으로 글로벌에 진출할 수 있는 활로로 모색되고 있다. 이미 미주와 유럽 지역에서는 FAST 서비스 시장이 상당히 발전해 K-콘텐츠의 글로벌 유통 확대를 위한 가능성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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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의 숏폼 서비스(좌)와 왓챠의 숏챠(우) (출처: 티빙, 왓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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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내 OTT 서비스 사업자의 글로벌 진출의 핵심 자원은 역시 K-콘텐츠이다. 2024년,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독점 중계권1)을 확보하며 국내 가입자를 어느 정도 유입하는데 성공했지만, 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K-콘텐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티빙과 왓챠가 숏폼 콘텐츠를 나란히 선보인 사례에 주목할 만하다. 티빙은 숏폼 섹션을 신설했고, 왓챠는 숏폼 플랫폼 ‘숏챠’를 개시했다. 이와 같이 신규 장르 발굴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대안적인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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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____________ 1) 2024년 티빙은 1,350억 원을 투자해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의 3년간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으며, 쿠팡플레이도 2025~2026시즌부터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중계권을 확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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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 02 3150 4818/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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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research@kofice.or.kr
발행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기획·편집 김아영, 백현지
디자인 7의감각
발행일 2025년 5월 30일
E-ISSN 2714-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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