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연인(My Dearest)>, <해피엔딩(Happy Ending)>은 3월 탑 키워드에 이름을 올렸으나 4월에는 <약한영웅(Weak Hero)>, <슬기로운 의사생활(Hospital Playlist)>, <마이 데몬(My Demon)>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끌지 않더라도 유의미한 시청층을 형성하는 드라마 콘텐츠가 해외에서 고루 유의미한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키워드 목록에서 주의를 끄는 것은 단연 <약한영웅>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약한영웅>은 학원액션, 범죄, 스릴러 등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네이버웹툰의 자회사인 플레이리스트가 제작에 참여했으며, 2022년 11월 18일 국내 OTT 플랫폼 웨이브의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됐다. 이 작품은 공개 당시 등장인물의 섬세한 심리 묘사로 호평받으며, 주연 배우들의 재발견이라는 평가와 함께 화제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공개 당시 웨이브의 OTT 플랫폼 점유율을 45%까지 견인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웨이브의 유통망은 기본적으로 한국 내 시청자들에게 한정된다. 뛰어난 만듦새와 국내에서의 긍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약한영웅>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해외 시청자층의 형성이나 인지도 확산에는 분명한 한계를 보였다. 콘텐츠 자체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유통 채널의 물리적 장벽으로 인해 글로벌 확장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2025년 3월 25일, <약한영웅> 시즌1이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재공개되면서 뒤바뀌었다. 이는 웨이브가 경영난으로 콘텐츠 투자에 어려움을 겪으며 시즌2 제작이 미뤄지면서 넷플릭스가 그 판권을 인수한 데 따른 것이다(김민제, 2025, 4, 8). 시즌2를 제작한 넷플릭스는 이를 공개하기에 앞서 시즌1을 재공개했다. 약 3년 전 이미 국내에 공개되었던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약한영웅>이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유통망을 만나면서 보인 파급력은 상당했다. 공개 직후 <약한영웅> 시즌1은 전 세계 70개 국가에서 넷플릭스 TOP 10 순위에 진입하는 대단한 성과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공식 순위 집계에 따르면, <약한영웅> 시즌1은 공개 첫 주(2025. 3. 24. ~ 2025. 3. 30.)에 전 세계 전체 순위 4위, 비영어 TV쇼 부문에서는 2위까지 치솟았다. 이후 순위에 변동은 있었지만, 꾸준히 글로벌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비영어 부문 상위권을 유지했다. 또한 2025년 3월 25일부터 5월 4일까지 누적 시청 시간 9,960만 시간, 누적 시청수 1,810만 회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는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의 유통망 자체가 가진 파급효과와 영향력을 잘 드러낸다.
그 중요성은 온톨로지 분석에서도 나타난다. 통상 소셜미디어 빅데이터의 온톨로지 분석에서 드라마 제목이 특정 OTT의 키워드와 연결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넷플릭스’는 <약한영웅>과 가장 높은 연결성을 보이는 키워드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 시청자들이 콘텐츠의 매력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를 통해 이 드라마를 접한 경험을 연결 짓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플랫폼이 콘텐츠 경험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AI 기반 요약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약한영웅>의 연관 키워드인 ‘넷플릭스’의 요약문을 살펴보면, <약한영웅> 시리즈를 향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급증했으며, 이는 특히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넷플릭스)을 통해 제공된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난다. 나아가 시청자들은 소셜미디어상에서 <약한영웅>과 유사한 넷플릭스 K-콘텐츠를 추천하며 취향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플랫폼이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콘텐츠의 확장된 경험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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