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도쿄 시부야 한복판에서 벌어진 광경은 ‘해외 브랜드의 무덤’이라 불렸던 일본 시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맘스터치 1호점이 개점 40일 만에 10만 명의 방문객과 1억 엔의 매출을 기록하며, 맥도날드의 3배, KFC의 5.4배라는 경이로운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불과 몇 년 전 쿠팡과 배달의민족 같은 대형 플랫폼들이 철수했던 바로 그 시장에서 한국의 외식 브랜드들이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한류 콘텐츠 확산과 함께 성장한 일본 2030 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한식은 이제 단순히 ‘그냥 먹는 음식’이 아니라 ‘이야기와 체험이 있는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K-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본 평양냉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그룹 헌트릭스가 먹던 김밥과 떡볶이, 일본 인플루언서들의 케이팝을 콘셉트로 한 음식점과 포토존에서 한국 음식 SNS에 인증하기, SNS 챌린지로 유명해진 불닭볶음면과 매운 떡볶이 단계별 도전 먹방 등 한국 음식이 일본 젊은 세대에게는 하나의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 이렇게 한국의 맛과 경험, SNS 공유가 결합한 새로운 소비 패턴 속에서 K-푸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의 K-브랜드 2.0 시대가 본격 개막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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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장의 변화된 풍경
해외 브랜드가 살아남기 어렵다고 알려진 일본 시장에서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2020년대 초 쿠팡, 배달의민족 같은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들조차 일본 진출 후 철수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일본의 소비자층 변화가 핵심이다. 케이팝, 한국 콘텐츠, 한국 여행 등을 통해 한국을 자주 경험하며 한국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일본의 10~20대가 주 소비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일본인들의 한국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최근 일본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한국 브랜드들의 다양한 전략과 성과다. 이들은 단순히 한국식 메뉴를 그대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한류 문화와 접목한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치킨 브랜드부터 카페, 길거리 음식, 심지어 편의점 상품까지, K-푸드가 일본에서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아가는 이 변화의 중심에는 저마다 독특한 성공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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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스 혼마치점 외관 모습(출처: 일본 할리스 공식 인스타그램(@official_hollysj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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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것은 ‘맘스터치’다. 폭발적 성공 뒤에는 치밀한 시장 진입 전략이 숨어있었다. 본격적인 매장 오픈 전 팝업스토어를 통해 일본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이다. 특히 한류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이 눈에 띈다. 삼성, 삼양라면과의 브랜드 협업부터 한국 게임 <로스트아크>를 테마로 한 콤보 메뉴까지, 일본 MZ세대를 주 소비자로 하는 전략들이 대부분이다. 도쿄 시부야 매장에서는 자사 피자 브랜드 '맘스 피자'를 숍인숍(Shop-in-Shop) 형태로 함께 운영하며 다각화된 한식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카페 시장에서는 ‘할리스 커피’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24년 오사카 난바 마루이 백화점 첫 매장 오픈 2주 만에 1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현지화된 인테리어와 한국 시그니처 메뉴의 절묘한 조화로 한국 커피 문화를 일본 프리미엄 카페 시장에 안착시키겠다는 포부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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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키카라도우 시즌2> 2화에 나온 청년다방 '차돌 떡볶이'. 길쭉한 떡을 보고 신기해하는 모습. (출처: 티스토리 블로그(@일사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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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브랜드들도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문화 체험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2021년 일본에 진출한 ‘신전떡볶이’는 현재 고베마루이점, 신오쿠보점, 츠루하시점 등을 운영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 고객층은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10~20대 여성들로, SNS 후기를 보고 매장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음식 그 자체보다 ‘한국 문화 체험’이라는 가치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깐부치킨’은 2024년 도쿄 하라주쿠 도큐플라자에 문을 열며 트렌디한 현지 감성과 칵테일 하이볼을 결합한 독특한 스타일로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청년다방’의 경우 일본 아이돌 출신 배우 아오이 와카나(葵 わかな)가 매장을 방문해 떡볶이를 극찬하며 자연스러운 셀럽 마케팅 효과까지 거두었다. ‘CU’ 편의점은 자체브랜드(PB, Private Brand) 제품으로 일본 시장에 스며들고 있다. CU PB 라면과 스낵류가 일본 돈키호테 600여 점포에 입점하며 일본 소비자들에게 한국 간편식의 매력을 알리는 의미있는 진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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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떡볶이 츠루하시점 외관 모습(출처: 《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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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데이터로 본 변화
한국농수산식품무역공사에 따르면, 2023년 총 19개의 한국 식품 프랜차이즈가 일본 전국에 총 13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 베트남, 중국에 이어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 진출이 활발한 네 번째 국가이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의 「2024 외식기업 해외진출 실태조사」를 보면, 일본 내 한국 프랜차이즈는 치킨(114개), 한식(19개), 김밥 및 간이음식점(5개) 순으로 분포한다. 치킨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한식진흥원의 「2022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에서 전 세계인의 한식 메뉴 선호도 1위가 한국식 치킨(16.2%)이었던 결과와 일치한다. 일본 소비자들이 기존의 김치, 비빔밥, 불고기보다 치킨에 더 높은 선호를 보인 것은 일본 내 한국 음식 소비가 전통 한식에서 벗어나 더 트렌디한 한식 문화 소비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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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지 SNS 미디어 언급량(2024~25년 기준)에서도 기존과는 달리 새로운 음식 키워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삼겹살이나, 매운 떡볶이에 고소한 치즈를 더해 먹는 음식 문화를 일본 젊은 소비자들이 체험하고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삼겹살은 K-드라마를 통해 접한 한국 바비큐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서 고기를 직접 구워 먹는 체험이 하나의 재미로 받아들여지며, 상추쌈, 마늘, 쌈장 조합이 신선하게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치즈 떡볶이는 일본인의 치즈 선호도를 자극하며, 매운맛의 자극성을 체험하고 즐기고 공유하는 ‘도전 음식’으로 유행하고 있다.
특히 2023년부터 2025년까지의 성장률 기준으로 보면, 일본 젊은 층이 좋아하는 ‘체험형 한식’으로 치즈 불닭볶음면, 간장소스 활용 치킨, 쌈 채소, 크림 떡볶이 등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치즈 불닭볶음면은 유튜브·틱톡 먹방으로 유명해져 ‘매운맛 도전’ 문화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의 일부로 일본에서는 편의점 냉동·간편식으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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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식 시장 전망
앞으로 일본 한식 시장에서 예상되는 변화를 살펴보면, 맛과 트렌드의 양극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불닭 극한버전’ 같은 도전형 메뉴와 크림 떡볶이·달콤 간장치킨 같은 저자극·부드러운 메뉴가 동시에 성장할 것이다. 또한 일본식 재료(우메보시, 시소, 유자)를 활용한 한식 메뉴 증가와 저탄수화물·저당·글루텐프리 메뉴를 통한 건강·클린푸드형 한식도 함께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경험 중심의 변화도 계속될 것이다. SNS 인증이 필수인 예쁜 비주얼과 사진 각이 좋은 한식 메뉴가 더 빠르게 확산하고, K-드라마나 케이팝 컨셉의 식당이나 바(bar), 디저트 카페가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 유튜버·틱톡커 협업을 통한 현장 체험형 홍보도 늘어날 전망이다. 판매·유통 방식에 있어서도 편의점·냉동 간편식 비중이 확대되어 패밀리마트, 세븐일레븐에 더 많은 한식 메뉴가 판매될 것이고, 배달앱 기반의 '한식 전문 배달 브랜드' 증가와 팝업스토어·팝업 카페를 통한 한정판 메뉴 출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는 디저트 시장(떡·호떡·약과 같은 전통 디저트의 현대화), 한국 주류 및 안주(전통주와 한식 안주), 건강식 한식 브랜드(채식·비건 버전의 김치, 비건 불고기, 두부 스테이크 등)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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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위한 과제
현재 일본 내의 한국 브랜드의 성공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구조적 변화의 시작점으로 보인다. 한류 콘텐츠를 통해 성장한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이 ‘문화 체험’으로서 한국 브랜드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런 변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K-브랜드 2.0 시대의 진정한 성공은 이들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일상적 소비로 정착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일본의 카페 시장의 경우, 주요 프랜차이즈들이 푸드 메뉴 중심의 기본적인 음료 구성과 매장 내 소비에 초점을 둔 운영 방식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저가·대용량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와 달리 한국의 카페 브랜드는 다양한 퓨전 음료, 테이크아웃 최적화 시스템, 합리적인 가격대의 대용량 제품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차이를 기반으로 일본 내 틈새 수요에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익숙하게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일본은 어느 업종이나 장인정신이 뛰어나 맛에 대해서는 더욱 진지하고 까다롭다. 따라서 일본 시장에서의 안정적 성공을 위해서는 현지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한국식 맛과 문화만을 고집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변화의 계기를 발판 삼아 지속적인 현지화 방안과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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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 02 3150 4818/4821
FAX. 02 3150 4872
E-Mail. research@kofice.or.kr
발행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기획·편집 이현지, 김정현
디자인 7의감각
발행일 2025년 9월 23일
E-ISSN 2714-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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