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은 과거 하청 제작에 의존하던 힘겨웠던 시기를 지나, 2000년대 이후 영유아용 3D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IP 비즈니스를 결합하는 전략으로 성장해 왔다. <뽀로로>에서 <티니핑>까지 눈부신 성공으로 1조 원대 시장을 맞이했으나, 여전히 특정 유통채널 및 영유아 장르에 대한 편중성과 영세한 제작 환경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OTT 플랫폼이 확산하면서 한국 애니메이션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지만, 여전히 체계적인 글로벌 진출 전략과 안정적 제작 시스템은 부족한 상황이다.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장르와 플랫폼을 다각화하고 독창적인 원작 IP를 발굴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보다 개선된 제작 환경에서 기존 창작자뿐만 아니라, IP 기획자 및 AI 기술 전문가 등 새로운 핵심 인력을 양성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1.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한국 애니메이션
돌이켜보면 한국 애니메이션은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된 시기를 힘겹게 헤쳐왔다. 만화·애니메이션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과 정책적 무관심 속에서, 1970~80년대까지 애니메이션은 외화벌이 수단으로서 일종의 ‘제조업’처럼 여겨지기도 했다(김소영, 2023). 1980년대 후반 올림픽 개최 등 글로벌화의 흐름 속에서, 정부는 방송사-제작사 협업을 통한 국산 TV 애니메이션 제작을 지원했고, <아기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 등이 지상파 TV에 정규 편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업 태동기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대부분 외화 수입 또는 미국이나 일본을 통한 하청 제작(OEM)에 의존해 명맥을 이어올 수밖에 없었다.
문화산업 진흥 정책이 본격화한 2000년대 들어서야 애니메이션 업계는 서서히 하청 중심에서 창작 중심으로 자생력을 갖춰가며 산업 구조와 체질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정부는 애니메이션산업의 성장 잠재력과 문화적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인식하여 ‘애니메이션산업 중장기 발전 전략(2006~2010)’을 비롯해 중장기 진흥 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을 주요 방송사에서 의무적으로 편성·방영하도록 하는 ‘애니메이션 방송 총량제(2005)'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각종 제작 지원, 해외 진출 및 마케팅 지원, 3D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기술개발 지원, 전문인력양성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후발주자였던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로서는 특히 3D 기술을 통한 차별화와 영유아 중심의 틈새시장을 전략적으로 고려하게 되었고, 이후 한국 애니메이션은 TV로 방영되는 유아용 3D 애니메이션에 집중된 형태로 성장하게 된다(이상규·이성민, 2024).
<마리이야기>(2002)와 <오세암>(2003)이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으며 예술적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마당을 나온 암탉>(2011)이 국내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는 등 눈에 띄는 성과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꽤 오랫동안 한국의 애니메이션은 작은 시장 규모, 투자 및 자체 제작 역량 부족, 한정된 유통채널 등 영세하고 취약한 환경을 버텨와야만 했다. 그런데 최근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2025),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2025)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게 되면서, 한국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또는 한국적 소재와 K-콘텐츠 및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제작의 가능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가 새로운 기회의 순간을 맞이한다면, 어떤 전략적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의 관점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그 문화적·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은 그 자체로만 독자적인 산업 영역을 구축해 왔다기보다는, 원작의 세계관, 캐릭터, 스토리를 활용한 방대한 브랜드 세계를 구축하고 영화, 소설, 공연, 캐릭터 등 인접한 영역들과의 적극적 협업 및 확장, 연계 전략을 통해 성장해 올 수 있었다. IP 관점에서 장기적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보기 위해, 먼저 한국 애니메이션이 그동안 축적해 온 역량과 가능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계와 부족한 점들은 무엇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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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뽀로로'에서 '티니핑'까지, 애니-캐릭터 기반 콘텐츠 IP의 성장
최근까지 국내 애니메이션은 영유아 대상의 TV 시리즈를 중심으로, 특히 캐릭터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콘텐츠 IP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 올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여 년 간의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 중 하나는 <뽀롱뽀롱 뽀로로>다. 2003년 TV로 처음 방영된 <뽀로로> 시리즈는 2025년 8월 현재까지 8개 이상의 시즌과 수십 편의 극장판 및 파생 작품들을 선보였다. 주인공 뽀로로뿐만 아니라 크롱, 루피 등 작품에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들도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고, 애니메이션 외에도 학습 출판물, 완구, 뮤지컬, 테마파크, 의류, 팬시, 생활용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을 거듭하며 전 세계에 수출되었다. 2010년대 초에는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가 이미 8,000억 원, 경제적 부가효과가 5조 7,000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이주영, 2011.11.24.). <뽀로로>는 그야말로 영유아 TV 애니메이션-캐릭터 IP 기반의 성공모델을 구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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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극장판 <바닷속 대모험> 포스터(좌),
글로벌 팬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버블(bubble)’과 ‘잔망루피’ 협업 포스어(우)
(출처: CJ CGV, 디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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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배경에서는 정부 지원도 중요한 몫을 했다. <뽀로로>의 제작사 아이코닉스는 이미 2002년 우수 파일럿 제작 지원, 2003년 캐릭터 연계 프로그램 제작 지원, 2004년 스타 프로젝트 등에 연이어 선정되며 초기 성장 국면에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받았다. 이렇게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질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었고, 정부는 2010년대 들어서 애니메이션-캐릭터 연계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이상규·이성민, 2024). 이는 ‘애니메이션·캐릭터 육성 중장기 계획(2015~2019)’을 비롯해 OSMU 콘텐츠 육성, 캐릭터 연계 콘텐츠 제작 지원, 애니메이션 해외 진출 지원, 정책금융 확대 등으로 이어졌다. 당시 애니메이션 및 캐릭터 관련 정책 지원 사업들은 삼진 인터내셔널, 아이코닉스, 삼지애니메이션, 로이비쥬얼, 미미월드, 둘리나라, 부즈 등 애니메이션 제작사뿐 아니라 캐릭터 상품 제조사, 라이선싱 업체 등 다양한 사업체들에 대해 산업·장르 경계를 넘어 이루어졌다(문화체육관광부, 2013.8.; 2016.2.).
이러한 과정을 거쳐 역량을 갖춘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콘텐츠 IP 기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뽀로로>의 뒤를 이어 <변신자동차 또봇>(2010), <꼬마버스 타요>(2010), <로보카 폴리>(2011), <치링치링 시크릿 쥬쥬>(2012), <미니 특공대>(2014) 등의 어린이 대상 애니메이션들이 여러 시즌으로 제작되고 오랜 기간 방영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투자와 제작이 확대되었으며,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장난감 등 각종 라이선싱 사업과 테마파크, 키즈카페 등 키즈 콘텐츠 분야에서의 IP 비즈니스가 크게 활성화되었다(박지혜, 2019).
<신비아파트>(2014)나 <브래드 이발소>(2019)와 같은 새로운 시도들도 두드러졌다. <신비아파트>는 ‘호러 애니메이션’ 장르를 개척하며 유아를 벗어나 초등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시즌4까지 제작되었고 4편 이상의 극장판으로도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완구 외에도 카드 게임, 모바일 게임, 출판, 뮤지컬, 웹드라마 등으로 원작 IP를 확장함으로써 보다 포괄적인 콘텐츠 IP 비즈니스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었다. <브래드 이발소>의 경우, 빵과 디저트를 소재로 한 독특한 설정과 스토리를 바탕으로,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범주를 벗어나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코미디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TV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2020년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TV 쇼 부문 상위 10위에 진입하였으며, IPTV와 유튜브 및 틱톡 등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강석오, 2020.11.4.; 《캐릭터 완구 신문》, 2019.7.1.). 2025년 8월 <브래드 이발소> 유튜브 공식 채널 구독자 수는 260만 명에 이른다.
콘텐츠 IP 관점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최근의 사례는 바로 <캐치! 티니핑>이다. 공주와 요정들이 등장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새로운 시즌이 거듭될 때마다 출시되는 수십 종의 티니핑 캐릭터 장난감을 중심으로 ‘등골핑’, ‘파산핑’(티니핑 관련 제품을 아이들에게 계속 사줘야 하는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의미) 등의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IP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2024년 개봉한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은 누적 관객 수 124만 명 이상을 기록하여 12년 만에 국산 애니메이션으로서 1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침체되어 있던 국산 극장 애니메이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제작사 SAMG 엔터테인먼트(구 삼지애니메이션)은 ‘이모션 캐슬’이라는 종합 브랜드를 통해 장난감 외에도 의류, 패션, 식음료, 화장품, 뮤지컬 공연 등으로 IP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 왔으며, 일본과 중국에 해외 현지 법인을 설립하여 수출 및 해외 팬덤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한창완, 2024.10). <캐치! 티니핑>은 잘 기획된 애니메이션-캐릭터 IP가 어떻게 원천 콘텐츠를 넘어 가치를 확대해 나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2020년대를 대표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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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IP 비즈니스와 함께 성장해 온 한국 애니메이션 (왼쪽부터 <뽀롱뽀롱 뽀로로>, <신비아파트>, <브래드 이발소>, <캐치! 티니핑>) (출처: 《EBS》, CJ 미디어 라이브러리, 몬스터스튜디오, SAMG Entertain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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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1조 1,000억 원으로 추정되어, 사상 최초로 1조 원 시장을 돌파하는 성과를 기록했다(문화체육관광부, 2025.4.24.).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의 인기 상승과 함께 애니메이션의 위상 또한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랜 시간 어려운 침체기를 겪어왔음에도 한국 애니메이션이 이 정도의 성과와 역량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애니-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IP 비즈니스 전략의 성공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 같은 눈부신 성과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들이 남아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진 현재 시점에서 이러한 한계들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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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로벌 플랫폼 시대, 한국 애니메이션의 한계와 과제
애니메이션산업을 둘러싼 유통 플랫폼 환경은 이미 크게 변화한 지 오래다. <아기공룡 둘리>나 <뽀로로>가 탄생하던 시절만 해도 지상파 TV를 통한 유통에 대부분 의존했던 애니메이션은, 《투니버스》, 《애니플러스》, 《애니맥스》 등 유료 방송 전문 채널을 거쳐, 이제 유튜브를 비롯해 넷플릭스와 같은 OTT로 유통망을 확대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결국 한국 애니메이션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글로벌 플랫폼 시대에 적합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여러 한계와 문제점들을 마주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온 것으로, 영유아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중성이다. 키즈 콘텐츠는 일정 부분 검증된 안정적인 전략일 수 있지만, 특정 연령대의 수용자층과 장르에 제한될 수밖에 없고, 어린이용 장난감과 같은 특정 IP 수익모델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지속가능성과 확장성 면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장르의, 보다 넓은 연령층에 어필할 수 있는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OTT 서비스나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영상콘텐츠 이용이 일반화되었음에도, 여전히 1차 유통 창구가 국내 TV 방송으로 지나치게 한정되어있다는 점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는 애니메이션 업계의 자금조달 방식, 거래 관행, 제작 및 유통 구조 등이 갖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기인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류 드라마와 영화, 웹툰 등이 그러하듯 현재 국면에서는 글로벌 규모의 플랫폼을 통한 유통망을 개척하지 못하고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유통망의 확대는 애니메이션 소재와 포맷의 혁신, 장르적 확장 등과 연계하여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애니메이션산업과 관련된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면, 여전히 전반적인 제작 환경이 열악하고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애니메이션 업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고, 제작 기간이 매우 길며, 기획 개발이나 캐릭터 디자인, 작화 등 제작 과정에서 큰 비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의 성공 사례가 드물다 보니 ‘고위험 저수익’ 구조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결국 투자 위축, 자금조달의 어려움, 열악한 노동환경, 고품질 애니메이션 제작의 어려움 등 악순환으로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전문 인력들이 게임, 웹툰 등 다른 분야로 빠져나가 제작 현장의 구인난까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은 노동환경과 기회를 찾아 인재들이 유출되기 시작한 것이다(문화체육관광부, 2025.4.24.; 장진구, 2022.6.22.). 결국 AI와 같은 신기술 활용이나 IP 비즈니스 기획 역량 제고 등을 통해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근본적으로 타개하는 것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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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속가능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오랜 시간 취약하고 영세한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매우 의미 있고 눈부신 성과들을 거두어 왔으며, 아이들이 성장기에 자국의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업계 차원에서는 애니메이션-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양질의 콘텐츠 IP를 발굴하고, 그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콘텐츠 IP의 핵심 구성요소는 원형성(originality), 확장성(expandability), 연계성(connectivity)이라 할 수 있는데(김규찬·이상규 외, 2021), 원형성은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세계관, 캐릭터, 스토리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원작 콘텐츠를 창작 및 제작하는 과정에서 구현될 수 있다. 확장성은 원작 콘텐츠가 다양한 형태로 변형, 재가공되며 여러 장르,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의미하며, 연계성은 콘텐츠가 하나의 단위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콘텐츠 장르, 다른 산업의 서비스 또는 생산물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하거나 상호작용을 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캐릭터 IP는 확장성과 연계성 차원에서 일정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나, 원작 자체가 영유아용 TV 애니메이션으로 한정적이었다는 점이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더 독창적이고 다양한 원작 콘텐츠의 창제작에 더 많은 자원이 투여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이 다른 장르와 플랫폼, 산업 영역으로 확장되고 연계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 차원에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문화산업에 대한 정책의 근본적 역할은, 취약하고 영세할지라도 그 본연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영역을 발굴하고 꾸준히 지원함으로써 창작 및 제작 역량을 키우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다(이상규·이성민, 2024). 그런 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제작 지원 및 해외 진출 지원, 정책금융, 투자유치, 세제지원 등 이전부터 추진되어 온 정책 수단들이 앞으로도 지속될 필요가 있다. 또한 글로벌 플랫폼이 주도하는 오늘날의 환경에서 애니메이션의 장르 및 유통 플랫폼 다각화를 지원하고, IP 가치 극대화를 위한 확대·연계 비즈니스를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 아닐지 생각된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가진 핵심 자산은 뛰어난 인재들이었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좋은 인력을 양성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겨울왕국>, <라푼젤>, <모아나> 등의 주요 캐릭터를 디자인했던 애니메이터 김상진, <마리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 등으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수상한 연출자 이성강, <서울역>, <사이비>, <돼지의 왕>을 창작한 연상호,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의 제작자 겸 감독 장성호 등이 그러한 사람들이다. 향후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개선된 제작 환경 및 노동환경의 토대 위에서, 뛰어난 애니메이터와 연출자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해 내야 한다. 다만 앞으로는 전통적인 직군 외에도, 매력적인 IP를 발굴하여 비즈니스로 확장할 수 있는 IP 기획자 또는 비즈니스 전문가, 그리고 생성형 AI와 같은 신기술을 활용해 제작 프로세스와 생산 환경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 전문 인력 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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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좌)과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우)
(출처: 《SBS》,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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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research@kofice.or.kr
발행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기획·편집 이현지, 김정현
디자인 7의감각
발행일 2025년 9월 23일
E-ISSN 2714-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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